끌어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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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위아래로, 좌우로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손바닥을 짝, 치더니 성큼성큼 걸어왔다. 생긴 것이나 뒤뚱뒤뚱 걷는 폼으로 봐서 도저히 악의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혹시 몰라 허리춤에 매달린 장검을 흘낏 쳐다보았다. 창은 눈에 띄는 것 같아 근래에 장만한 평범한 검이었다. 장검을 확인한 나는 눈을 들어 천천히 다가오는 노인을 주시했다. 노인은 풍만한 몸집처럼 행동도 굼떠 내 앞에 설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 다. 노인의 싱글거리는 통통한 얼굴을 보면 도저히 긴장이 되지 않았지만 억지로 긴장하려고 노력했다. "꼬마야,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네?" 나는 엉뚱한 소리에 힘이 쫙 빠져 멍청하게 반문했다. 그러자 노인은 인상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물건 고르고 있는데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맥없이 대답했다. 그 이상의 대답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난데없이 나타나서 한다는 소리가 여기서 뭐하냐니? 그런다.

체포하다. 그러나 아무도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조용하기만 했다. 검은 옷을 입은 귀족들은 자물쇠로 잠가버린 것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바로 마리엔 공주의 죽음을 애도하는 예배를 올리는 날이었다. 어색하고 경직된 분위기는 침묵과 함께 사람들을 내리눌렀다. 우는 사람은 없었다. 레프스터 국왕은 왕이기에 눈물을 보일 수 없었고, 마음이 여린 오펠리우스 왕비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라이언 왕자와 플로라 공주는 거의 무표정에 가까웠고, 르미엘 왕자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아예 창 밖을다.

전날밤의남들이 알지 못하는 걸 알고 있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러니까 웃는다. 웃어야만 했다. "아인이랑마르크, 씨스를 데려왔어." 내 말에 사람들은 못들을 걸 들은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떤 얼굴을 보이든 말든 나는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우드랜과 다른 기사들도 데려왔어. 하나도 빠짐없이." "공주님." 보나인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그의 회색 눈이 애처로운 빛을띠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현실을 부정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정신이 이상해졌거나. 그러나 나는 그 정도로 무너질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나는 마족이 아닌가. "뭐야? 나는 정신이 말짱해. 보라고. 다들 데려왔어." 기사들이 뭐라고 말했지만 나는귀를 막은 채 중얼거렸다. 내가 쉬지 않고 긴 주문을 외우는 동안 기사들이 당혹스럽고 슬픈 얼굴로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이윽고 생겨난 검은 소용돌이가 안에 든 것을 토해 룰렛 룰렛사이트 룰렛돌리기 울렸다. 이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도 뿌옇게 변했다. 안개가 낀 건가 보다. 아주 짙은 안개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시야가 조금은 환해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길이 보여서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 그렇게 불쌍한 눈으로 나를 보지 마란 말이다. 묵묵히 미나를, 아니 이제는 숨을 쉬지 않는 인형을 내려다보던 나는 우연히 미나의 손에서 반짝이고 있는 반지 두 개를 발견했다. 예전에 알베르와 싸워서 이긴 대가로 준 반지. 두 반지 모두 어디 하나 흠이 간 곳 없이 깨끗했다. "바보. 마법 반지를 한 번도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죽다니. 이게 얼마나...... 비싼 건데. 다시는 너한테 이런 거 안 만들어줄 거야." 입술이 떨리면서 억눌린 울음이 흘러나왔다. 서서히 손을 뻗어 반지들을 빼낸 나는 내 손가락에 끼웠다. 손이 떨려 그 걸 내 손에 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반지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달빛을 받아서
멀리우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며 언제나 신의 뜻을 따라 살아왔다. 당연히 이는 내 생각이 아니라 세상의 평가였다. 잠시 후 에릭은 프란시아 대신관과 함께 돌아왔고, 대신관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라디폰 공작도 그에게 정중하게 인사말을 건넸다. "프란시아 대신관님, 이렇게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오. 이는 신의 뜻이기도 하니 말이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프란시아 대신관님께서 보관하시고 계셨던 작은 악동이 걸린 병을 보여주시겠습니까?" 라디폰 공작의 요청에 프란시아 대신관은 작은 유리병을 하나 꺼내서 건네주었다. 그 것을 받아든 라디폰 공작은 그 병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높이 치켜들었다. 분명히 내 방에 있던 병과 같은 크기에 같은 글귀가 적어진 유리병이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안에 들어있던 붉은 머리카락이 사라지고 붉은 빛다.


비공식의



밤. 그리고 행렬이 앞에 선 자의 얼굴을식별할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흑마를 타고 당당하게 앞장서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레이만 왕자였다. 대리나 피가 섞였을까 말까한 먼 친척을 내보낼 줄 알았던 예상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이제야 왜 그렇게 사람들이 열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차기 황제로유력시되는 왕자가 나타났으니 흥분할 만했다. 어느새 사람들의 눈은 선망과 존경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확실히 눈동자만 제외하면 온통 흑색의 말 위에 탄 레이만 왕자의 모습은 근사했다. 햇빛을 받은 다.

중지났다. 떠는 것이 두려움 때문인지 분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마리엔 공주님,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능청맞게 장례식에 참가했던 라디폰 공작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자 티스몬 백작도 한 걸음 걸어나와 고개를 숙였다.다.

안으로 들이다."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나는 오펠리우스 왕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눈물 방울이 왕비의 두 눈 끝에서 양쪽 입가로 스르르 떨어졌다. 나는 자유로운 한 손을 꽉 쥐었다. 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번에는 기쁨과 통쾌함 때문이 아니었다. 만약 증거만 있었다면, 증거가 단 한 개만 있었다면 당장에 뺨을 올려쳤을 것이다. 그러나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스렸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말이다. 나는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살아있었지요. 반드시 살아남아서 할 일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레프스터 국왕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국왕은 기꺼이 나를 안아주었고, 나는 그의 팔 사이로 오펠리우스 왕비에게 분노에 찬 시선을 보냈다. 진심으로 살기를 담아 그녀를 쏘아보았다. 그러자 오펠리우스 왕비가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정말이지 내가 이렇게 살의와 악의로 똘똘 뭉쳐있는데 웃을 수 있다면 그 자는 인간이 아니라 룰렛 룰렛사이트 룰렛돌리기 람이란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은 믿지 못하는 고약한, 하지만 현명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오펠리우스 왕비는 어느 날이고 갑자기 마리엔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망쳐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그라냔 백작은 오펠리우스 왕비의 찌푸려진 표정을 보고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 그런 자들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정체도 알 수 없는 자들을 믿었다가는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이번만 해도 그렇습니다. 자기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달라고 하고서는 확실하게 처리하지도 못했지 않습니까?" "하지만 마리엔을 사헤트로 보내는 데는 그들의 덕을 봤지요. 물론 완전히 신
방아쇠 재빠른 모든 사람에게 의심이 갔다. 의심이 많이 가든 조금 가든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라디폰 공작마저 믿을 수 없었다. 평소 그의 행동으로 보아 내가 불리해졌다고 등을 돌릴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혹시 아는가? 오펠리우스 왕비가 라디폰 공작에게 왕자들이 차기 국왕이 되면 절대적인 권력을 줄 테니 협력하고 했을지. 그동안 붕 떠있던 마음을 다잡자 누구에게도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인간은 자신의 입으로 내뱉었던 말을 뒤돌아서면 바꾸는 종족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지금은 지켜봐야 한다. 누가 내 편인지 아닌지를 말이다. 그리고 피드라와 그 일당들도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살려두면 언제 어디서 다시 노리고 달려들지 모를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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